[화청] 제목미정
하루 지난 해피 할로윈~~!
올해 10월의 날씨는 선명하게 기억하는 작년과 비교했을 때 제법 추워졌다. 외출하고 돌아오던 길에는 입김이 났다. 저녁을 함께했던 모모이가 바지를 입을 걸 그랬다며 치마 아래로 드러난 다리를 벌벌 떨었다. 쿠로코는 서둘러 그녀를 데리고 가게 안에 들어갔다. 적당히 맛있는 라멘 가게였는데 가볍게 분위기만 낸다며 호박모양 인형을 장식해 두었다. 추웠던 것도 감쪽같이 잊어버리고, 귀엽다며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는 모모이를 끌어다 앉힌 쿠로코는 본인이 입고 있던 외투를 곧장 그녀의 다리위로 덮어줬다. 상당히 남자다워 감탄했다. 감동한 모모이가 코를 훌쩍대며 아오미네에게 꼭 메모해야 한다고 한 소리를 했다. 아오미네는 대꾸도 않고 그들에게 작별을 건네며 가게를 빠져나왔다. 그들과 어울려 느긋하게 식사를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곧 맞이할 31일은 아주 중요한 날이었다.
방안 가득 세워둔 초의 수를 몇 번이고 곱씹으며 더 이상 켜지지 않는 무심한 25번째 초를 한참이고 노려봤다. 결국 아무 잘못 없는 초에게서 눈을 떼고, 엉성하기 짝이 없는 솜씨로 얼굴을 도려내본 호박을 꺼냈다. 그 안에 초를 하나 넣어보자 호박 안이 주황빛이 옅게 빛났다. 정말 못생겼다. 삐뚤빼뚤 뻥 뚫어놓은 눈 위로 두 갈래의 눈썹까지 도려냈더니 정말 더 못생겼다. 그는 호박을 얌전히 귀퉁이에 내려놓은 뒤에 작은 트레이 테이블 가득 치즈버거와 과일 맛이 나는 사탕을 수북이 쌓아두었다. 그러고 나서야 겨우 찬바람이 들어오는 현관문을 조금 열어두고 거울을 확인했다. 눈 아래에 붙은 속눈썹을 가볍게 떼어내며 훅, 꺼지는 초 하나를 빤히 바라봤다.
“잘 지냈어?”
1년 만에 다시 만난 카가미의 인사는 작년과 똑같았다.
*
“이거 나야?”
카가미가 물었다. 아오미네는 손바닥 안에 굴러다니는 사탕 봉지를 까면서 딱 보면 모르냐, 퉁명스레 대답했다. 카가미는 한참을 호박 앞에서 기웃거리며 들어보는 둥, 하더니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못생겼잖아.”
아오미네와 같은 감상이다. 그는 사탕을 입안으로 쏙 밀어 넣으며 맛을 제대로 느낄 여유도 없이 아드득 아드득 깨물어 먹었다. 카가미는 어쩐지 치즈버거나 사탕에는 관심이 없어보였다. 재작년에는 분명 할로윈인데 사탕도 없냐고 물었었고, 작년에는 호박이 없느냐고 묻더니 돌아갈 땐 치즈버거가 먹고 싶을 거라고 말했었다. 기껏 다 챙겨줬는데 거들떠도 안 보고 불평이나 한다. 괘씸한 놈.
“너 귀신분장하면 진짜 재밌겠다. 엄청 무서울 것 같아.”
대뜸 딴소리다. 아오미네는 두 번째 사탕을 입에 넣으며 훅, 꺼지는 초 하나를 의식적으로 살폈다. 별 거 한 것도 없는데 그새 하나가 꺼졌다. 그 앞으로 다가가서 초에 불을 붙여보지만, 라이터의 가스만 줄어들지 초의 심지 끝은 요지부동이다.
“귀신이 바로 앞에 있는데 뭐 하러 내가 하냐.”
“진짜 귀신한테는 사탕 안 줄 거 아냐.”
“내가 주잖아. 있는 거나 처먹을 것이지.”
카가미는 시무룩 어깨를 늘어트리며 소파에 엉덩이를 털썩 갖다 붙였다. 그러고는 소파에 굴러다니는 사탕을 하나 집어 들고 포장지만 한참을 만지작댔다. 분위기가 어쩐지 무거워졌다. 오래간만에 만났는데 주고받는 대화가 정말 영양가 없다. 아오미네는 속으로 끙, 앓는 소리를 내며 접었던 무릎을 펴고 치즈버거 포장지를 뜯었다. 시간이 좀 지나서 안이 퍼석퍼석 말라있다. 맛이 없다. 카가미는 억지로 먹는 모습이 역력한 아오미네에게서 조금 먼 TV의 까만 브라운관을 바라보고 중얼거렸다.
“농구하고 싶다.”
“여기선 못해. 아랫집에서 쫓아와서 몽둥이 휘두를 걸.”
“알아.”
올해의 카가미는 좀 이상했다. 어딘가 나사가 빠진 느낌이라고 해야 할지, 정말로 하이텐션을 자랑했던 작년과 무척 비교가 됐다. 작년에는 그렇게나 즐거워했으면서. 꺼져가는 초가 무척 속도가 붙을 정도로 요긴하게 놀다 갔으면서. 아오미네가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고 치즈버거를 우걱우걱 씹어대자 카가미가 농구공을 기어코 찾아내 만지작대면서 멍하니 농구공 표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너랑 농구하고 싶어.”
불가능했다. 그의 존재는 이 집에서만 허용된다. 그것을 스스로 깨우치고 있을 그가 드물게 떼를 쓰고 있다. 아오미네는 말없이 그에게서 농구공을 빼앗아들었다. 황망히 농구공에 시선을 두던 카가미는 제 머리를 마구 헝클며 결국 몸을 일으켰다.
“나 오늘 이만 돌아가 볼래.”
카가미는 곧장 현관을 향했다. 그에 놀라 아오미네는 서둘러 그를 쫓아가 팔을 붙들었다. 왜. 왜 벌써 가. 아직 초가 많이 남았는데. 걸음을 멈춘 카가미는 얕게 떨리는 아오미네의 손을 꽉 잡아 쥐고, 힘없이 웃었다. 온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싸늘한 가슴으로 그를 끌어안으며, 눈을 포옥 감는다.
“좋아해, 아오미네.”
“·········.”
“왜 진작 말해주지 못했을까.”
그는 곧 아오미네에게서 벗어나 현관을 향해 걸어 나갔다. 아오미네는 다급하게 외쳤다.
“나는 씨발, 지금 너한테 아무것도 안 바래.”
주체할 수 없는 울분이 터져 나와서 목구멍이 꽉 막힌 것 같고 머리가 징징 울렸다. 카가미는 참담한 얼굴을 하고 현관문의 손잡이를 꾹 틀어잡았다. 아오미네는 고집불통의 그의 뒤통수를 노려보면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냥 있어. 같이 있을 수 있을 때 같이 있어달라고.”
“·········.”
현관은 조금씩, 닫혀갔다. 그 너머로 사라져가는 카가미를 보며 아오미네는 더 이상 아무 말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차가운 정적만이 남은 집안의 모든 촛불이 한 번에 훅 꺼졌다. 무릎이 꺾이고, 마음이 무너졌다. 빌어먹을 새끼. 살아있을 때나 죽어서나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좋아해, 아오미네.’
‘왜 진작 말해주지 못했을까.’
그리고 언제나 작별의 인사 또한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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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님께서 풀어주신 썰을 그늘님과 령님께 드립니다^0^)99
오늘 너무 즐거워서 보답하고자 얼른 드리고 싶어서 급하게 써버린데다가 짧아요;ㅅ;
능력부족으로 멋진썰을 살리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석고대죄)
할로윈은 지났지만 여튼 해피할로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