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청의 날을 기념.
소설+썰 주의
[화청] 바람꽃
발가락 사이로 사무친 추위에 발끝이 다 얼어 터졌다. 붓고 갈라진 곳 사이로 피가 배어 나왔다. 며칠을 곪은 배는 홀쭉하게 들어가 있고, 갈비가 나왔다. 배 안쪽으로 공복감이 휘몰아칠 때면 그렇게나 고통스러울 수가 없었다. 마른침을 삼키고 작게 한숨을 내뱉자, 허옇게 뜬 입술 사이로는 쉰내가 났다. 옅은 쇳소리도 났다. 약한 숨에도 피어나는 입김은 허공으로 흩어졌다. 시체와 다를 바 없는 몰골을 하고 있어서 일까, 까마귀가 발가락 쪽을 쪼았다. 쫓아낼 기운은 없어서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대신에 무릎을 더 안쪽으로 끌어당겨 덮고 있던 누더기를 여몄다. 갑작스런 움직임에 까마귀는 퍼드득 놀라 날아갔다.
곧, 달이 떠올랐다.
밤이 엄습할 때면 득달같이 달려드는 두려움에 이가 딱딱 부딪혔다. 흐으으, 하고 흐느끼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어둠이 무서웠던 것은 아니다. 이 밤을 보내지 못하고 시체로 뒹굴지도 모른다는 게 무서웠다. 사람들의 발에 치일 시체가 되는 것이 무서웠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움직여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했지만, 손 하나 까닥할 기운이 없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그의 나이 열다섯.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지 못하는 지긋지긋한 집구석을 뛰쳐나왔으나, 결국 이런 꼴이 되고만 자신의 비참함을 이를 데 없다. 그를 안쓰러이 여기는 사람조차 없었다.
이 모든 상황에 이르게 만든 원인은 모두 그 자다. 몇 푼 되지 않는 돈이라도 받겠다며 그의 그림을 팔아넘긴, 아비. 붓 하나 들 줄 모르는 가축일 뿐인 돼지 놈에게 그 동안 쌓아둔 그림을 전부 팔아넘겼다는 사실이 원통했다. 그리고 그 그림을 제가 그린 것 마냥 더 비싼 값에 팔아넘겨 이름을 알린 그 놈에게 분노했다. 왜 그랬냐며 감히 아비의 멱을 붙들고 오열했다. 그의 어미는 고함을 치는 그의 바지자락을 붙들고 그러지 마라, 그러지 마라, 흐느껴 울었지만, 그의 아비는 뺨을 때렸다. 어디서 언성을 높이느냐, 내가 널 그리 막대 먹은 놈으로 키웠느냐, 되려, 따져 물었다.
결국 뛰쳐나왔다. 제 말을 들어주지 않는, 제 말에 귀를 닫아버린 부모가 원망스러워 나왔다. 사지 멀쩡한 다 큰 사내가 제 부모를 버리고 도망갔다며, 사람들은 그를 개망나니, 몹쓸 놈의 종자라 불렀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그를 간혹, ‘바람 든 환쟁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의 별호를 ‘카제하나(風華)’라 명명했다.
본래의 자신의 그림을 되찾고 싶어 돌아다녔다. 자신의 그림이 보일 때면, 이것은 내가 그린 것이다, 하며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곤 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의 냄새나는 누더기에나 시선을 주면서 그딴 모작을 들고 설치는 것이 아니라며 문전박대 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게 한이 되고 억울해서 바락바락 악을 쓰고 속지마라, 네 놈들이 그 돼지 놈 스스로 그리는 모습을 본 적이라도 있느냐 소리쳤다가 매를 맞았다. 사람들은 야박하기 짝이 없었고, 힘이 있는 자는 거짓도 진실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세상이라며 한탄했다.
본래 가지고 나왔던 돈이 떨어졌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고사하고 배를 곪아가며 간간히 쓰레기를 뒤지길 보름이 지나면서부터는 정말로 어디든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흙바닥에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려보기도 하고, 아녀자들의 허연 분가루로 버려진 나무판자에 그려보기도 했다. 주변을 나뒹구는 나뭇잎과 다 낡아 해진 종이 쪼가리들이 그 증거이다. 그는 자신의 등을 기대고 있던 누군가의 담벼락을 바라보고 앉았다.
이 밤이 마지막 밤이래도 나는 그림을 그리리다.
그는 주변에 떨어져 있던 돌 하나를 주워들었다. 무엇을 그리고 싶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혼미한 정신을 간신히 부여잡고 손이 가는 데로 그림을 그릴 뿐이었다. 손안에 탄생하는 하나의 커다란 협곡 아래 꽃이 피었다. 꽃 곁에 있는 것은 그의 곁에 있는 영롱히 빛나는 저 달과 달리 색이 바란 자그마한 달뿐이다. 마치, 자신과 너무나도 닮아버린 그림에 그는 조그맣게 웃어보였다. 나는. 내가 카제하나다.
“그 그림 나한테 팔지 않을래?”
갑작스럽게 날아드는 목소리에 놀라 빠르게 고개를 돌리다 핑하고 도는 시야에 털썩 주저앉았다. 마치 마지막 힘이라도 쥐어짜내 그림을 그렸다는 모양새라 창피하기 그지없다. 자신에게 저벅저벅 다가오는 한 소년의 인영에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려 했더니, 빠르게 다가와 눈높이를 맞춰 쭈그려 앉았다. 자신의 또래 쯤 되 보이는 꼬질꼬질한 소년은 환하게 웃어보였다.
“네 그림 정말 마음에 들어. 지금 가진 건, 감자 몇 알 밖에 없지만, 이거라도 괜찮다면 나에게 팔아.”
“····이 그림을 어떻게 준다는 말이냐. 남의 집 담벼락을 뜯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 눈에 담아가면 되지.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고, 자 어때. 나에게 팔 수 있겠어, 환쟁이?”
그의 나이 열다섯. 제 아비에게 처음으로 대들고 집을 뛰쳐나와 스스로를 카제하나라 부르며,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기를 약 세 달. 소년을 만났다. 추운 겨울과는 어울리지 않게 타오를 듯 붉은 소년은 자신을 ‘카가미 타이가’라 소개하며 그에게 따듯한 감자 세알을 넘겨줬다. 그는 받은 감자를 어찌하지 못하다 허겁지겁 받아먹고, 조금 울면서 말했다.
“나는 아오미네 다이키야.”
“그래, 다이키. 나랑 같이 갈래?”
카가미의 손이 아오미네의 거칠고 더러운 손에 닿았다. 추위에 꽁꽁 언 손이, 쓰레기를 뒤지던 손이 따듯하고 하얀 손에 닿았다. 그는 하얀 손의 온기를 쫓으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른 목구멍에 꾸역꾸역 감자를 밀어 넣은데다가, 눈물이 터져 나와 말도 제대로 못했다. 끅끅 거리며, 남은 감자알을 꼭 쥐고 무릎에 힘을 줬다. 카가미는 그런 아오미네의 손을 붙잡아 일으키고는 휘청거리며 걷지 못하는 그를 업었다. 자신과 비슷한 체구면서 비쩍 마른 아오미네를 거뜬히 등에 지고, 찬찬히 걸어 나갔다. 그랬더니, 조그마한 눈발이 휘날렸다. 손톱만한 눈이 카가미의 머리에 떨어졌다 사르르 녹아 사라진다. 아오미네는 그의 어깨에 뺨을 기대고 옷자락을 꾹 쥐었다.
어쩌면, 오늘 이 애를 만나지 못했으면 나는···.
1.
마루의 처마 끝에 빗물이 고여 주르륵 떨어져 내렸다. 토독토독 튀어 오르는 빗방울에 섞인 모래알이 정강이를 간질였다. 나막신 끈 사이의 발가락을 꼬물거리다 빗물에 정처 없이 휘둘리며 금방이라도 꺾일 듯, 부르르 떨어대는 화단의 꽃을 바라봤다. 꽃은 툭, 하고 떨어지는 작은 나뭇가지에 깔려 부러졌다. 빗물을 견뎌냈던 것이 무색하게도 정말 손쉽게 꺾여버렸다. 고인 빗물에 손쓸 세도 없이 흙바닥을 뚫고 나와 꿈틀대는 지렁이에게서 꽃만큼이나 미약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후에 땅으로 돌아가지 못한 지렁이는 말라 비틀어져 꼼짝없이 죽을 것이 뻔했다. 그래도 살기 위해 꿈틀거렸다.
마치 열다섯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뭘 보고 있는 거예요, 아오미넷치?”
“왔냐, 꼬맹이.”
“응. 오늘도 왔어요. 다른 애들도 같이 왔어요.”
조막만한 머리통들이 올망졸망 모여들었다. 아오미네는 목석같이 앉아만 있었던 자신에게 찰싹 달라붙어오는 꼬마들 중에서 제일 먼저 나타나 허리를 차지하고 든 키세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키세는 곧 지렁이를 발견하곤 우아악, 큰 소리를 지르며 칠색 팔색 했다. 사내아이가 돼서 지렁이 가지고 유난이다. 그 모습을 놀리며 자신만만하게 나뭇가지를 들고 나선 미도리마는 꿈틀거림에 흠칫 놀라 굳어버렸다. 그리고 키세와 둘이 다시 돌아왔다.
조용히 그의 옆자리를 꿰차고 앉은 쿠로코와 아카시는 작은 손에 하나씩 책을 들었다. 그는 자신에게 글자라도 물어볼까봐 긴장해 계속 정면을 응시했다. 글자는 잘 모른다. 배운 것이 짧아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아카시는 그것을 빤히 눈치 채고 있어서 언제나 말없이 책을 읽었다. 하지만 쿠로코는 간혹 그에게 글자를 물어볼 때가 있다. 그때마다 아오미네는 모른다. 그 한마디 툭 내뱉곤 했는데, 실망해서 어깨를 축 늘어트린 쿠로코에게 죄책감이 들었다. 조금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을 정도로.
아오미네는 자신의 무릎에 앉아 칭얼거리는 무라사키바라에게 주머니 속에 숨겨뒀던 과자들을 꺼내어 건넸다. 얌전히 우물우물 과자를 먹으면서 자신의 무릎에 부스러기를 잔뜩 떨어트렸다. 그는 무라사키바라의 무릎을 탁탁 털어주고 입가에 묻은 부스러기도 털어줬다. 그 뒤에 곧 그의 걱정대로 쿠로코가 조용히 한자 하나를 가리키며 어떻게 읽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당황했다.
그때 불쑥 머리하나가 끼어들며 그를 대신해 대답했다. 그러더니 아오미네를 돌아보고 씨익 웃는다.
“카가밋치!”
키세가 달려들어 그의 허리를 껴안았다. 퍽, 소리가 나게 치인 카가미는 그에게 작게 꿀밤을 놓았다. 키세는 다시 아오미네에게로 돌아가 그의 무릎에 앉은 무라사키바라를 조금 밀어내고 그의 무릎 반쪽을 차지했다. 아오미네는 멋쩍게 카가미를 흘깃 바라봤다.
“···늦었네.”
“다녀왔어, 다이키.”
카가미의 큼지막한 손이 아오미네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슥슥 문지르는 손의 온기에 아오미네는 슬쩍 그의 손을 거둬내고는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키세와 무라사키바라가 동시에 외쳤다. 아오미넷치, 속상해? 다이키, 토라졌네. 아오미네가 그런 거 아냐, 하고 퉁명스레 대꾸하니, 미도리마가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하며 카가미의 허벅지를 쿡쿡 찔렀다. 카가미는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다, 쿠로코를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 아오미네의 옆자리를 꿰찼다.
“미안.”
“··········.”
두서없이 곧장 사과부터 내뱉는 카가미의 목소리가 팍, 풀이 죽었다. 언제나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도통 말을 꺼내는 법이 없다.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고는 또 며칠을 얌전히 처박혀 있다가 다시 사라진다. 그에 대해 그 어떤 말도 들은 적이 없다. 물론 아오미네 쪽에서 먼저 물은 적도 없다. 그와 처음 만났던 겨울이 다섯 번이나 지난 지금, 아오미네는 그에 대해 여전히 아는 게 없다.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카가미의 어깨에 툭, 머리를 떨어트렸다. 그래도 괜찮아. 정말로 괜찮아.
“풀렸다, 풀렸어.”
“시끄러워, 꼬맹이.”
키세가 후헤헤, 아이다운 웃음을 내뱉었다. 카가미도 키세를 따라 웃으며 센베를 꺼내 놨다. 제일 먼저 눈에 불을 키고 달려든 것은 무라사키바라였다. 그러나 슬쩍 다시 가져가버리는 카가미 때문에 손도 대지 못한 무라사키바라가 입술을 삐죽였다.
“잘 먹겠습니다!”
그리고 다 같이 동시에 외쳤다. 그제 서야 센베를 다시 도로 내려놓는 카가미가 옳지, 하면서 작은 머리통들을 하나씩 슥슥 쓰다듬었다. 꼬마들이 센베를 집어먹으며 꺄르르 웃는 동안, 카가미가 방 쪽으로 들어가면서 아오미네에게 손짓했다. 아오미네는 나막신을 벗고, 마루위에 올라섰다. 방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고, 카가미는 그에게 가로가 짧고 세로가 긴 상자하나를 내밀었다. 얇은 종이 포장을 뜯고 열어본 상자 안에는 붓이 들어있었다.
“선물이야.”
“뭘 이런 걸 사오고 그래. 붓은 있는데.”
카가미가 베시시 웃는다. 올 때마다 붓이나 먹, 종이를 사다주는 카가미에게 언제나 미안하기만 했다. 열다섯, 지금보다 어리기만 했던 날의 자신을 데려다 놓고 먹이고 재우고, 그러면서도 불만 한 번 내뱉지 않던 카가미가 고맙다. 그래서 가끔 떠오른 의문을 마음속 깊이 묻어두고, 입을 다문다. 너는 그날 왜 날 데려왔던 거냐. 어쩌면 너는 그런 내 질문에 대답 없이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지 않을까. 아오미네는 자신에게 언제나 말을 아끼는 카가미가 조금 미워졌다.
“내일 또 바로 떠나.”
“···이번엔 또 얼마나 있다 오는데?”
나흘. 카가미가 자못 미안한 듯 고개를 숙였다. 아마 나흘은 아닐 것이다. 나흘이라 말하면 아마 열흘 정도 되지 않을까. 아오미네는 어깨를 축 늘어트린 카가미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마구 비비적거렸다. 카가미의 머리가 엉망으로 헝클어졌다.
“다치지 말고. 저번마냥 무릎이라도 깨가지고 오면 다시는 못나가게 다리몽둥이를 분질러 놓을 테니까.”
“그게 뭐야.”
카가미가 웃었다.
“그러니까 잘 다녀와라.”
“응.”
카가미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오미네에게 바짝 다가섰다. 아오미네의 뺨에 닿는 하얀 손, 그 위에 까무잡잡한 손이 덮어졌다. 그랬더니, 문 앞에서 꼬마들이 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카가밋치, 아오미넷치, 뽀뽀해? 쉿, 료타 그런 건 모른 척 해주는 거야. 키세의 물음에 아카시가 그를 잡아 당겼고, 다시 문이 닫혔다. 아오미네는 시뻘겋게 물든 얼굴로 툴툴댔다. 뺨으로 화끈화끈 열이 오른다. 카가미는 고개를 기울이며 왜 그래, 하고 물었다.
“너 때문이야, 바카가미.”
다음날, 카가미는 떠날 채비를 마치고 아오미네가 자는 사이에 바람같이 사라졌다. 덕분에 그날 하루 종일 아오미네의 기분은 바닥을 쳤다. 꼬마들은 그런 아오미네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온갖 재롱을 부렸다. 그러다 키세가 된통 넘어져서 무릎이 깨지고 엉엉 우는 바람에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거기에 무라사키바라가 어디서 상한 과자라도 먹었는지 배탈까지 났다. 아오미네는 약을 구하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고, 꼬마들은 하루 종일 아오미네와 카가미의 거처에 머물렀다. 카가미가 없는 날이었지만 한시도 조용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흘이 지났지만, 역시나 카가미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는 익숙한 일이니까, 아무렴 어떠냐 싶어 주구장창 그림 그리기에 열중했더니, 운 좋게 그림 몇 장이 팔렸다. 큰돈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별호를 담은 그림을 제 손으로 팔았다. 드디어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 원수 같은 놈이 팔 수 있는 그림이 떨어지는 바람에 그런 것일 수도 있겠거니 싶었다. 속을 끓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꼬숩다. 아오미네는 쇠붙이가 부딪히는 주머니를 허공에 던졌다 받으며 주머니로 쑥, 집어넣었다. 딱히, 주머니를 노리는 듯 번뜩이는 건달 놈들 때문인 것은 아니다. 아오미네는 건달들을 마주 노려보고는 고개를 꺾어보였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건달들은 서둘러 사라졌다.
아오미네는 이 돈이면 자주 놀러오는 꼬마들에게 단팥만쥬라도 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금세 기분이 들떴다. 나막신을 직직 끌고 저잣거리를 거닐며 만쥬를 사는데, 저만치에서 큰 소리가 났다. 우당탕, 소리가 나며 익숙한 노란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오미네는 한 치 망설임도 없이 그쪽으로 뛰어들었다. 당돌한 꼬맹이는 시커먼 사내들과 함께 있는 배불뚝이에게 바락바락 대들고 있었다. 솥뚜껑만한 손을 들어 제 몸에 반 토막도 되지 않는 아이를 내려치려는 사내의 손을 급히 막았다.
“여기서 뭐하는 거냐, 꼬맹이.”
“아오미넷치!”
키세는 울망한 눈으로 아오미네의 옷자락을 붙들며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았다. 저는 그냥 집에 가고 있었는데요, 저 못된 종자 놈들이 이 애를 냇가에서 빨랫감 패듯 패고 있었는데요, 그거 말리고 있었는데요, 등등. 아오미네는 그제 서야 키세의 뒤에 숨어 벌벌 떠는 아이를 보고 인상을 썼다. 애가 정말로 거의 걸레짝이 되기 일보직전이다. 평소에 아끼는 꼬마들과 비슷한 동년배로 보여서 더 마음이 좋지 않았다. 조막만한 애 때릴 곳이 어디 있다고.
“네 놈은 또 뭔데 어른 일에 끼어들어?”
“보는 눈 많은 저작거리에서 애를 쥐 잡듯 패고 있는 네 놈이 어른이라면 세상 어른 다 뒈졌군.”
“뭐, 뭐야? 이 버르장머리 없는···!”
손가락질을 하며 침을 튀기던 배불뚝이의 손가락이 슬쩍 굽어졌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오미네를 바라보더니 씨익 입가에 미소를 걸었다. 그가 마치 아오미네를 알아본 모양새였다. 그리고 그건 아오미네도 마찬가지였다.
“네 놈은 바람 든 환쟁이가 아니냐.”
“············.”
“제 아비, 어미 다 버리고 잘 살고 있었군, 그래.”
아오미네의 이 사이로 뿌드득 살벌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드디어 나타났구나, 사기꾼. 남의 그림을 자기그림마냥 비싼 값에 팔아넘긴 빌어먹을 놈. 배불뚝이는 그를 보며 한껏 눈을 빛냈다. 마치 그 동안 찾아 헤맸던 보석이라도 찾은 것 마냥. 아오미네는 그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그저 지금은 지켜야할 꼬마들이 뒤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서 침착하게 마음을 가다듬을 뿐이었다.
“사기꾼 주제에 잘도 나불대는 군.”
“감히 누구더라 사기꾼이라고 하는 것이냐! 이분이 어떤 분이신줄 알고!”
아오미네의 말에 배불뚝이를 지키고 섰던 사내들이 빽빽 고함을 쳤다. 아오미네는 귀가 아프다는 양,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적거렸다. 어떤 분이던, 아오미네에게 사기꾼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들이 뭐라고 지껄이든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아오미네의 귓가로 한 가지가 쏙 들어왔다. 아오미네는 기가 찬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뭐, 영주?”
사내들은 영주님, 영주님, 모시며 이런 잡 벌레들은 내버려 두고, 가시죠, 그러시죠, 하면서 굽실댔다. 배불뚝이의 사기꾼, 영주라는 자는 눈을 가늘게 접고, 아오미네를 바라봤다.
“어디 숨어 있나 했더니, 이런 곳에 있었구나. 이 요망한 것이.”
작게 중얼거린 목소리가 아오미네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찝찝하고 불길한 예감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그의 발목을 움켜쥐는 것 같았다.
2.
그날은 좋게 넘어갔다. 영주가 돌아가고 아오미네는 저작거리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키세와 누더기가 된 꼬마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야박하기 짝이 없는 그들은 획획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영주의 맘에 안 들어서야 여기서 장사할 순 없지. 딱 그 모양새다. 아오미네는 혀를 찼다. 여기저기 터지고 깨져서 상하지 않은 데가 없는 꼬마는 아오미네의 거처에 도착해서야 훌쩍훌쩍 울음을 터트렸다. 키세는 남자가 돼서 울지 말라고 그러더니만, 자기도 같이 울었다. 사실 많이 무서웠었다면서 아오미네의 소매를 붙들고 엉엉, 소리 내 울었다. 아오미네는 키세를 안아 올려 토닥거리다가 서랍장에서 약과 깨끗한 천을 꺼내왔다.
피가 나거나 시퍼렇게 멍이든 상처 위로 약을 슥슥 바르며, 퉁퉁 부운 발목에 천을 감았다. 카가미도 이렇게 다쳐가지고 오면 약도 발라주고 천도 감아주고 했었다. 처음엔 너무 서툴러서 온 집안이 시끄러울 정도로 아야아야, 카가미가 비명을 질렀었다. 꼬마는 아무소리 없이 끅끅, 울음만 삼켰다. 키세는 자기도 돕겠다며 나섰다가, 꼬마가 악, 비명을 지르자 겁을 집어먹고 얼른 손을 땠다. 치료를 마치고, 배가 고플 것 같아서 쌀독에서 쌀을 조금 꺼내 죽을 끓였다. 뼈가 다 드러난 몸과, 움푹 들어간 뺨을 보니 며칠은 굶은 것 같았다. 그런 애를 쥐 잡듯 패고 있었으니,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작은 상에 죽을 내와서 숟가락을 건네는데 우물쭈물 어쩔 몰라 하며 손가락을 꼼지락 댔다. 먹을 게 눈앞에 있으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먹지는 못할망정 눈치만 살살 보는 모양새가 영 꼴배기 싫다. 아오미네는 상 위에 숟가락을 탁 내려놓으면서 먹기 싫으면 치운다고 말했다. 그제야 꼬마는 얼른 고개를 저으면서 숟가락을 들었다.
“넌 이름이 뭐냐.”
“료···에요. 사쿠라이 료.”
쌀죽을 우물거리며 대답하는 사쿠라이의 얼굴이 꾀죄죄했다. 먹이고 나면 씻겨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아오미네는 문 근처에 등을 대고 앉았다. 키세가 쪼르륵 와서 아오미네의 무릎을 꿰찼다.
“저, 저어···죄송합니다, 폐를···끼쳤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됐어. 다음부턴 조심해라.”
상을 옆으로 살짝 밀고 허리를 숙여 사과를 건네는데 폼이 일반 아이들 같지 않다. 기품이 딱 알아서 몸에 잡혀 있다는 느낌. 키세가 일반 서민 집 아이라면, 이애는 마치 귀족의 아이라도 되는 것 같다. 몰락한 귀족집안의 아이라도 되는가, 하면서 괜한 건 묻지 않았다.
“저 이만 돌아가 볼게요.”
“갈 데는 있냐?”
밥도 얻어먹지 못하고, 씻지도 못해서 길거리를 배외하는 아이라면 정말 어딘가 갈 곳이 없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다시 길거리로 돌아가 쓰레기를 뒤지고, 골목어귀에서 몸을 웅크려 잠을 잘 생각을 하면 마음이 영 좋지 않다.
“···아, 아뇨.”
역시나, 그의 생각대로였다. 사쿠라이는 창피스러운 듯 얼굴을 들지 못했다.
“그럼 그냥 있어. 어차피 그 녀석 없으면 나 혼자고.”
‘그 녀석’이란 말에 사쿠라이가 고개를 기울였다가, 퍼드득 얼른 끄덕였다. 기쁜 듯, 환하게 웃으면서 연신 고맙다고 했다. 키세는 마치 아오미네를 빼앗을 새로운 라이벌이 나타나기라도 한 것처럼 경계를 하면서 아오미네의 옷자락을 꼬옥 붙잡았다. 그 사이에 나타난 다른 꼬마들이 모여들어서 낯선 이의 얼굴을 보고 아오미네에게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그러면서 키세에게 숙덕숙덕. 키세는 또 다른 꼬마들에게 숙덕숙덕. 모든 상황을 대강 알게 된 꼬마들은 경계를 낮추고, 사쿠라이에게로 쪼르륵 달려갔다.
한참을 저들끼리 떠들더니만 금세 친해졌다. 아오미네는 꼬마들에게 과자를 쥐어주고는 마루에 앉았다. 영주. 아오미네의 그림을 자신이 그린 것 마냥 이름을 내걸고 팔았던 사기꾼. 애초에 복수할 생각은 없었다. 이제 자신의 그림을 알아봐주는 사람도 생겼고, 부모와의 연도 끊었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다 해서, 어떻게 하려는 것 또한 아니다. 사과는 바라지도 않았다. 이제 더 이상 상종하지 않아도 되었으련만, 계속 마음에 걸린다. 마치 그를 찾아다녔던 것처럼 했던 말 때문에. 괜히 뒤숭숭해진 기분이 들어서 아오미네는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일 있어?”
그때 큰 그림자가 덮쳐지면서, 손가락 하나가 자신의 미간을 쿡 찔렀다. 고개를 들어보니, 카가미다. 아오미네는 고개를 저었고, 카가미는 그의 옆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다녀왔어.”
“응.”
언제나와 같이 부드럽게 감겨오는 카가미의 목소리에 아오미네는 기분 나빴던 마음이 눈 녹듯 녹아가는 것을 느꼈다. 카가미의 목소리, 냄새, 온기. 언제나 옆에만 있어주면 좋을 텐데. 그건 너무나 큰 욕심이었다.
“이번에도 늦었네.”
아오미네는 섭섭한 티를 내며 말했다.
“아···어, 그래서 말인데 다이키.”
“왜?”
“할 말이 있어서.”
무슨 할 말인지, 한껏 진지한 얼굴을 한 카가미에게 불안감을 느낀 아오미네가 조금 긴장했다. 선뜻 말하지 못하고 뜸을 들이는데 카가미를 발견한 키세로부터 ‘카가밋치다!’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면서 우르르 꼬마들이 마루로 몰려 나왔고, 카가미는 결국 입을 다물고 웃었다.
“다음에. 다음에 말할게.”
아오미네는 찝찝한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데, 하고 붙잡아보고 싶었지만, 언제나와 같이 참았다.
“그런데 저 아이는 누구야?”
“키세가 주워온 애. 내가 데리고 있으려고.”
힐끗. 눈치를 살폈는데, 카가미는 별 말 없이 수긍했다. 이 집도 카가미의 집이고, 자기도 얹혀사는 입장인데, 남을 데리고 와서 혹시나 기분이 나쁘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 후로 당분간 카가미는 집에 머물렀다. 새 가족이 된 사쿠라이와도 잘 지내면서, 마치 몇 년은 떠날 사람처럼 진득하게 아오미네에게 붙어있었다. 아오미네는 점점 더 불안해져만 갔다. 그 때 하려고 했던 말은 무엇일까. 언제 다시 떠나는 것인가. 머릿속을 맴도는 궁금증에 아오미네는 그림도 그리지 못했다. 그림을 그리려 할 때마다 손이 떨렸다.
“다이키.”
“·········.”
“이번에 떠나면 많이 늦을 지도 몰라.”
아오미네는 대답하지 않았다. 카가미는 붓을 든 아오미네의 손등에 손을 겹치고 뒤에서 그의 등을 껴안았다. 부딪힌 옷자락 사이로 바스락대는 소리가 나면서 아오미네가 몸을 틀었다.
“어제 하려던 말이 그거냐.”
“그건···돌아오면 꼭 이야기 할게.”
카가미는 아오미네와 얽힌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굳은살이 드문드문 박힌 손이 이제는 하얗지만은 않다. 상처를 달고 사는 팔뚝에도 잡다한 흉터가 선명하게 자리 잡혀 있다. 카가미는 자신의 손가락에 얽혀 있던 아오미네의 손을 바로잡고 그 위에 잘그락 대는 작은 자루를 올려놨다. 묵직하게 닿는 자루 안에는 돈이 가득 들어있다. 이 정도면 서너 달은 더 먹고 살만했다. 자루가 더 무겁게 느껴졌다.
“너는 만약.”
아오미네가 간신히 운을 땠다.
“너는 만약에 내가 떠나면.”
“···········.”
“네가 돌아왔는데 내가 없으면 어떻게 할 거냐.”
카가미는 말없이 아오미네의 뺨에 손바닥을 대고 그때는, 하며 입을 열었다. 손은 곧 뺨을 지나쳐 귓가로, 그 위에 자리 잡은 머리카락으로 손을 옮겨가던 카가미는 그의 뒷머리에 손을 대고 천천히 대답했다.
“널 찾아낼 거야.”
무슨 짓을 해서든, 너를 다시 되찾아올 거야.
*
카가미가 다음날은 여느 때와 다르게 그를 깨워서 까지 인사를 건네고 떠났다. 몇 번이나, 몇 번이고 그에게 몸조심하라고 이르면서 간신히 집을 나섰다. 새벽녘에 잠에서 깨어난 아오미네는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아, 새근새근 잠이 든 사쿠라이의 곁으로 옮겨갔다. 연갈색 머리카락을 손으로 슬슬 쓰다듬으며, 열어둔 문으로 보이는 마루 밖을 바라봤다. 또 비가 내린다. 많이 내리진 않았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방울은 카가미의 길을 막아서진 못할 것이었다. 내리려면 조금 더 많이 내리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그가 결국 더 이상 걸음을 때지 못하고 돌아오도록.
카가미가 차려놓은 아침밥상을 끌어다 놓고, 인상을 썼다. 손이 많이 갔을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눈앞에 있건만, 입맛은 싹 달아났다. 오늘 하루는 아마 또 이 상태겠지. 내일이면, 아니 당장이라도 꼬마들이 오면 괜찮아 질 거라면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몸을 일으키는데 마루 쪽에 묘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마루 앞에 무장들이 꼿꼿하게 서있다. 빗줄기가 굵어지고, 그들이 쓴 삿갓 끝으로 빗물이 주르륵 떨어져 내렸다. 아오미네의 불안감이 맞아떨어졌다.
“우리를 따라와 주어야겠어.”
“네 놈들이 누군지 알고.”
“····영주님의 명령이다.”
아오미네는 잠들어 있을 사쿠라이를 살폈다. 언제 일어난 건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불속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아오미네는 괜찮다며 사쿠라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오미네가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이자, 그들이 말을 이었다.
“네 녀석이 순순히 따라와 주지 않는다면, 이곳을 자주 들락거리는 꼬마들을 이용해서라도 끌고 오라 하셨다.”
“누가 안 간대?”
아오미네가 짜증스런 얼굴로 혀를 차며 일어서자, 사쿠라이가 화들짝 놀라 아오미네의 손을 붙들었다. 새하얗고 조그마한 손이 차갑게 식어있다.
“저도, 저도 따라가게 해주세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기세라, 아오미네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이고 사쿠라이의 손을 붙잡았다. 멀어지는 집을 한 번 돌아본 아오미네는 카가미를 떠올리며 고개를 돌렸다.
널 찾아낼 거야. 무슨 짓을 해서든, 너를 다시 되찾아올 거야.
카가미의 목소리가 저만치 멀어져갔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이야기에 결국 썰로 이어서...(또르륵
그렇게 아오미네를 끌고 간 영주는 아오미네를 가둬두고 그림을 그리게 함. 반항하는 아오미네는 얻어맞기도 하고, 밥을 굶기도 하는데 같이 간 사쿠라이를 가지고 협박을 하게 되자, 어쩔 수 없이 그림을 그리기로 함. 막상 그림을 그리려고 마음먹고 붓을 드는데 손이 바들바들 떨림. 반항하는 것이 아님에도 그림을 그릴 수가 없어서 어떻게든 그려본다는 게 자신의 손에서 최악의 졸작이 탄생하고 말았음. 아오미네는 당장에 그림을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영주에게는 몇 달만의 쾌거였기 때문에 신이 나서 그림을 들고 나가버림. 아오미네는 자괴감에 빠짐.
영주는 아오미네에게 매번 죽지 않을 만큼만 주던 밥을 세끼로 늘리고, 고기반찬까지 턱턱 내주기 시작했음. 사쿠라이는 아오미네와 관련된 잔심부름을 하게 되었고, 맞거나 밥을 굶는 일이 없어졌음. 그러나 사쿠라이는 날이 갈수록 수척해지는 아오미네가 걱정되고, 아오미네의 집에서 봤던 그림들과 너무나 다른 현재의 그림을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음. 아오미네는 카가미가 선물해준 붓을 매일 옷 안에 숨겨가지고 다녔는데 밤마다 그 붓을 보면서 카가미에 대한 생각에 잠기곤 했음.
사실 황자였던 카가미는 궁보다 밖을 좋아해서 황제의 허락을 맡고 밖과 궁 생활을 동시에 했음. 사냥하길 좋아하고, 무예에 뛰어나서 황제의 부탁을 받아 일을 처리하곤 했음. 황제에게 가장 신임을 받았기 때문에 카가미를 믿고, 카가미에게 누군가를 암살하거나, 중요한 물건을 가져오는 둥의 일을 시켰음. 황제는 남모르게 카가미가 태자자리에 오르길 바랐고, 카가미는 다른 형제들의 시기를 받았음.
한참을 황제와 형제들과의 실랑이를 벌였던 카가미는 꼬마들을 통해 아오미네가 사라진 것을 알고, 백방으로 찾아다니게 됨. (꼬마들은 카가미가 황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 꼬마들도 아오미네의 걱정에 매일매일 아오미네의 집에 머물렀음. 꽁꽁 숨어버린 것처럼 머리카락 하나 찾을 수 없는 아오미네 때문에 바짝 속이 타들어가기 시작한 카가미는 아오미네의 그림이 거래되는 것을 알게 됨.
그는 자신의 황자의 지위를 이용하여 여기저기 팔려나간 아오미네의 그림들을 하나 둘 모으기 시작함. 그 후에 궁 밖으로 황자가 그림 모으기에 빠져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영주는 기대감에 부풀게 됨. 얼른 황자가 직접 자신에게 그림을 구하러 오는 날이 올 거라고, 호시탐탐 옆보고 있는데 드디어 황자가 궁으로 영주를 부름. 영주는 신이 나서 엉덩이를 흔들며 아오미네에게 최고의 걸작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함.
아오미네는 그 전과 다르게 진짜 자신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음. 마지막이라도 되는 것처럼 혼신을 다해 그림을 그리더니 엄지에 피를 내어 꽃 한 송이를 그림. 누군가를 닮은 붉은 꽃. 그림이 완성 되었을 때 사쿠라이는 감탄하다가 비명을 질렀음. 아오미네는 사쿠라이를 통해 구해온 작은 칼을 가지고 자신의 오른쪽 엄지를 잘라버렸기 때문이었음. 사쿠라이가 창백하게 질려서 사람을 부르러 가고, 우르르 몰려온 사람들이 지혈하고, 그 소식을 들은 영주가 노발대발 화를 냈음.
그 뒤로 앓아누운 아오미네는 그대로 방치 됨. 영주는 하는 수 없이 그 마지막 그림으로 만족하고자 했음. 그건 정말 누가봐도 잘 그린 그림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면 황자도 마음에 들어 할 거라고 생각했음. 그리고 황자를 만났는데, 관광 당함. 카가미는 이 그림은 네가 그린 그림이 아니라면서 이 그림을 그린 자를 당장 데려오지 않으면 황자를 상대로 사기를 친 대가로 모가지가 날아갈 것이라고 엄포를 놓음.
영주는 벌벌벌 떨면서 얼른 아오미네를 데리러 갔는데 아오미네는 도망치고 없었음. 사쿠라이는 몸이 자유로우니까 도울만한 사람을 구하러 몰래 빠져나갔음. 그러다가 자신이 아는 얼굴들을 만나게 됨. 와카마츠와 이마요시였음. 사쿠라이는 아오미네의 예상대로 몰락 귀족가의 자제였는데, 사쿠라이의 사촌인 이마요시가 사쿠라이를 찾으러 다니던 중이었고, 와카마츠는 이마요시의 일행이었음. 덕분에 아오미네를 몰래 데리고 빠져나올 수 있었던 사쿠라이는 일단 이마요시와 와카마츠에게 아오미네의 거처를 알리고 그곳으로 향했음.
영주는 아오미네가 사라졌으니, 이젠 정말로 죽은 목숨이었음. 영주가 빽빽 고함을 치면서 얼른 아오미네를 찾아오라고 소리를 치고 영주의 부하들은 아오미네를 찾아나섬. 그 몸으로 어디 멀리 도망가지 못했을거라고 생각하면서 그 주변만 찾고 있는 한 편, 아오미네의 집에서는 꼬마들이 오매불망 아오미네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음. 완전히 수척해져서 삐쩍 말라가지고 정신도 차리지 못하는 아오미네를 보고 꼬마들은 울음을 터트림.
이마요시는 이곳에 있으면 그들이 다시 아오미네를 찾으러 여기까지 쫓아올 것이라면서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됨. 정신을 차린 아오미네는 꼬마들의 떠밀림에 결국 집을 나섬. 집에는 꼬마들만 남고, 도망을 침. 영주의 부하들은 아오미네의 집까지 찾으러 왔다가 또 허탕을 치고, 영주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감. 그러다 결국 황자에게 그 자가 죽어버렸다는 거짓말을 하게 됨. 당연히 카가미는 믿지 않았음. 영주를 옥에 가두고, 카가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자신들이 살았던 집에 왔음. 꼬마들에게 사실을 듣게 됨.
그렇게 엇갈린 뒤에 아오미네는 자신을 도와준 와카마츠와 이마요시와 함께 살게 됨. 그들은 귀족이었으니까, 사쿠라이와 어쩌다 같이 얹혀살게 된 꼴. 그리고 아오미네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았음. 그림을 그렇게나 좋아했던 아오미네라면 왼손으로 노력을 해서라도 그림을 그렸을 텐데, 자신의 오른쪽 엄지를 잘라내는 것으로 완전히 그림에서 손을 때어버림. 사쿠라이는 그게 너무 속상했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음. 그렇게 또 5년이 지남.
아오미네는 5년 째 되는 겨울날, 자신과 카가미가 만났던 골목을 찾게 됨. 10년 만에 찾은 곳은 그때와 전혀 달라진 게 없었음.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 또한 마찬가지였음. 아오미네는 돌멩이를 주어 그림의 바로 옆에 또 다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음. 서툴기 짝이 없는 왼손으로 꾹꾹 눌러 그림을 그리고 나서 미련 없이 돌아서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옴. 5년 만인데 그세 또 많이 변한 카가미가 아오미네의 눈앞에 서있었음.
“그 그림 나한테 팔지 않을래?”
아오미네는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쳐내면서 고개를 끄덕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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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토라의 어쩔 수 없는 극중 순정미네.
나도 화청으로 존나 앵슷 돋는거 쓰고 싶다.
존나 둘이 치고받으란 말야!! 그리고 짐승같이 떡쳐!!(신고
그래서 열성을 쓰고 있..있...
수위를 쓰지 못해 진짜 피눈물이 납니다.
수위 써야지 흐흐흐 생각했는데 스토리를 쭉 적고 보니 수위가 들어갈 부분이 없었음.
솔직히 모브청으로 영주가 청봉이 읏차읏차 하는 거 쓰려고도 생각했는데 그랬다간 전공 불가.
17금 정도로 쓰고 싶었음ㅋㅋㅋ하지만 17금 쓰기가 19금 보다 더 어렵다니ㅋㅋㅋㅋ
어디서 어떻게 끊어야 17금인가(고뇌
서브공이랑 읏챠읏챠 하려 했더니 내용이 넘넘 길어졌던. 결국 끝까지 다 쓰진 못했지만(스토리를 보니 이미 중편으로 10회 이상 연재 예약) 결국 깔끔하게 포기하고 썰로 풀어보았습니다.
서브공으로 청봉이와 누굴 엮었다면 누가 되었을까(음흉)
아마 금청이나 약청이 되지 않았을 까 싶네용^ㅁ^//
아 정말 다 쓰지 못할 것을 알았으면 그 전에 수위를 조금 넣을걸. 이제 와서...크흐ㅡ흡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