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그늘님 생일 축전♥
그늘님 생일 추카해요^0^)9
타카오 카즈나리에게는 조금 특별한 연인이 있었다. 사내의 특별한 연인이라 치면 대표적으로 ‘첫사랑 상대’인 것이 있지만 아쉽게도 그건 아니다. 그의 첫사랑은 양 갈래 머리를 좋아하는 소녀였는데 까마득한 기억 저편으로 희미하게 사라져버린 지 오래였다. 게다가 뺨을 맞았던 것 같아, 그리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도 않다. 그렇다면 오랜 시간 절절할 만큼 짝사랑하던 상대인 것이냐, 그런 것도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마음속을 제멋대로 비집고 들어온 그를 사랑하는 것에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순정만화나 멜로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우여곡절과 수많은 사건사고를 거쳐 눈물겨울 정도로 겨우 맺어진 그런 사이인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특별하다는 것일까. 타카오는 제 연인의 등을 빤히 바라보며 입꼬리를 삐죽 올렸다.
“나 네 팬티 좀 빌린다.”
“노팬티를 강력 추천합니다!”
“농담 하지 마. 오늘 연습시합 있어.”
큭큭 가볍게 웃으며 서랍을 뒤적거리는 그가 포장도 뜯지 않은 새 팬티를 끄집어냈다. 거칠게 포장을 뜯어 속옷을 꿰어 입는 그의 다리에 절로 시선이 고정된다. 가느다란 것도 아닌데 잘 뻗은 다리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매끈한데 탄력적이기까지 하고. 몇 번이고 제 손에 닿았을 다리의 주인을 턱을 괴어 감상하다가 아직 눈가를 맴도는 졸음에 잠깐 졸았다가 번뜩 깼다. 잠깐 중단되었던 이야기를 계속해서 진행하자면, 연인인 그가 남자라는 것이 특별하다는 걸까. 여러 다른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특별해 보일 수도 있는 양상이지만 적어도 타카오에게는 아니었다. 그러니 ‘연인이 남자인 것이 특별하다’라는 것은 오답. 이쯤 되면 슬슬 답이 나올 때가 되었다. 생각보다 답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오늘은 날씨도 좋은데 밖에서 데이트나 할까?”
“좋기는. 지금 비 온다.”
속옷을 꿰입은 그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있던 옷가지들을 주워 탁탁 털었다. 커튼을 슬쩍 쳐보니 그의 말대로 비가 쏟아지고 있다. 하늘도 까맣게 먹구름이 껴서 아침임에도 어두컴컴하고 음침했다. 이런 날일 수록 데이트하기 더 좋지. 우산 하나를 함께 쓰며 딱 달라붙어 있을 수도 있고, 비를 피해 자꾸만 안으로 들어가 단 둘이 있기도 좋고.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곳이 어디든 무엇을 하든 데이트인 것은 변함이 없는게 좋게 좋게 생각해서 나쁠 건 없었다.
“그래도 할 거지, 데이트?”
“그래. 끝나고.”
세웠던 셔츠 깃을 깔끔히 접고 넥타이는 매다만 채 크로스백을 들어 올린 그를 따라, 몸을 일으킨 타카오는 얇은 이불 한 장을 몸에 둘러매고 침대를 벗어났다. 현관에서 운동화 속으로 발을 밀어 넣은 그가 힐끗 타카오를 돌아봤다. 타카오는 그를 향해 눈을 접어 웃으며 손을 슬쩍 흔들어보였다.
“이따 봐, 다이쨩.”
타카오 카즈나리의 연인이 특별한 이유는 ‘아오미네 다이키’라는 것에 있었다.
—Takao X Aomine : 실은 특별할 것 없었다
타카오와 아오미네가 연인이 된지 일 년이 조금 넘었다. 주변에 알 만한 사람들은 진작부터 둘 사이를 눈치 채고 있었다. 아오미네가 남들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을 질색으로 생각했던 탓에 그다지 티를 내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학교도 다르고 접점이라고는 시합밖에는 없었던 두 사람이 붙어 다닌 다니며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면 금방 알고도 남았다. 물론 그냥 잘 맞아서 친구처럼 지내는 거겠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말했던 사람 중 대표적인 게 세이린의 카가미였다. 카가미는 타카오와 아오미네가 붙어 다니면서 자신과 1on1 할 시간을 빼앗기는 것에 굉장히 분해하면서 나름 타카오와도 잘 지내려고 했었고, 그것에 불만을 품은 아오미네가 제 입으로 떠벌리는 바람에 소문이 났다. 모모이는 둘 사이를 한 달 만에 눈치 챘었는데, 카가미를 통해 두 사람이 공식적으로 ‘연인’이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 모든 질문공세는 모모이에게 쏟아졌다. 곤란하기도 했으련만 남 연애얘기가 제일 재밌는 거라며 오히려 후후, 작게 웃어 보이기까지 한 모모이를 보며 아오미네가 질색인 얼굴을 했었다.
가장 늦게 알게 된 사람은 미도리마였다. 그는 중학생 시절을 함께 보냈던 아오미네와 고등학생 시절을 함께 보내고 있는 타카오가 설마 그렇고 그런 사이일거라고는 조금의 가능성도 두지 않은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풍만한 가슴의 미인들 잡지나 보고 다니는 아오미네가 남자를, 상당히 낙천적이며 가벼운 타카오가 아오미네를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조금 이 현실을 믿고 싶지 않았는지 그 부분에 대해 입도 뻥긋 하지 않았지만, 그도 곧 인정했다. 자신의 생각이야 어떻든 간에 지들이 좋다는데 남의 연애사에 왈가왈부하며 복잡하게 꼬아버리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단정지어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솔직히 타카오도 조금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어쩌다 아오미네를 좋아하게 되어버린 거지? 아오미네는 어쩌다 날 좋아하게 된 걸까, 하고.
“다이쨩 여기—!”
패스트푸드점 창가 쪽 맨 끝자리에 자리를 잡고 있던 타카오가 손을 흔들어보였다. 우산을 접고 옷깃에 달라붙은 빗방울을 털어내며 저벅저벅 걸어오는 아오미네가 그의 맞은편에 털썩 엉덩이를 붙였다. 어쩐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곧장 턱을 괴어버린다. 그런 아오미네를 빤히 바라보며 미리 시켜 놓은 콜라를 쭈루룩 들이킨 타카오가 입을 열었다.
“시합 재미없었어? 세이린이랑 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아니, 피곤해서.”
너 때문에. 하는 눈빛에 타카오가 푸흐흐 웃어버렸다.
“다이쨩이 좀 예뻐야지. 음, 그래. 보기만 해도 내 아들내미가···.”
“너 미도리마한테도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 아니지?”
“한 번도 안 해봤는데! 그렇게 말하면 재밌겠다. 신쨩 분명 얼굴 하얗게 질려버릴 거야.”
아오미네가 인상을 팍 썼다.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타카오는 비실비실 웃으면서 ‘농담이야.’하고 작게 중얼거리고는 테이크아웃용 종이컵의 플라스틱 마개를 떼어내고 몇 모금 남지 않은 콜라를 단번에 들이켰다. 있잖아, 우리 어쩌다 사귀게 된 거였지? 하고 튀어나오려는 질문이 목구멍 안쪽에서 맴돌기만 했다. 묻지 말고 조금 생각해볼까. 처음 이렇게 단 둘이 만난 게 마침 이 자리였던 것 같다. 혼자 분위기를 잡고 앉아 퍼석해진 감자튀김을 기계적으로 씹던 아오미네를 보고 그를 향해 다가갔다. 가볍게 인사를 건네며 허락도 구하지 않고 맞은편의 자리를 꿰차고 앉아 떠들었더니, 아오미네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어라. 어라라. 쫓아내지 않네. 타카오는 저도 모르게 조금 들떠버리고 말았던 것 같다. 그날은 한참을 혼자 떠들었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이런 식으로 아오미네와 마주치며 조금씩 대화다운 대화를 하다 보니 가까워졌던 것도 같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으음, 다이쨩이 무지무지 잘생겼다는 생각?”
“적당히 둘러대는 거지, 그거.”
타카오는 계속 아닌 척 시치미를 뗐다. 아오미네가 무료하게 핸드폰을 손에 쥐고 아마도 모모이로 추정되는 이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을 때 타카오는 그의 얼굴을 일부러 뜯어봤다. 콩깍지라던가 농담이 라던가 적당히 둘러대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잘생기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얼굴에 반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그의 무엇을 보고 반했던 걸까. 타카오가 노골적일만큼 빤히 바라보고 있으니, 아오미네가 귓가를 붉히며 인상을 썼다. ‘그만 좀 봐. 닳겠네.’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난 아오미네가 그를 슥 돌아봤다.
“카즈.”
덜컹. 어쩐지 갑자기 심장이 요란을 떨었다. 그 탓에 타카오는 “으응?”하고 조금 바보스럽게 대꾸해버렸다.
“돌아가자.”
그러면서 타카오의 손을 붙들고 척척 걸어 나가는 아오미네의 귀가 여전히 빨갛다. 타카오는 소리 내지 않고 웃으며 그의 뒤를 졸졸 따랐다. 타카오는 자신이 아오미네의 어떤 부분에 반했는지 기억해 냈다.
그는 자신을 아무렇지도 않게 ‘카즈’라 부르는 그에게 반했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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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청 처음 써보는데 그냥 제 안의 고청을 풀어본 느낌이네요(쮸글ㄹ)
고청도 짱ㅇ좋아ㅏ 고청 흥해라~~